사회 사회일반

[혈세 축내는 공무원연금,이대론 안된다] (1) 실태와 문제점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6.04 17:13

수정 2014.11.06 05:38

공무원연금의 적자폭이 갈수록 커져 적자 보전에 따른 정부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과 통합 방안 등 개혁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서울청사 정문.
공무원연금의 적자폭이 갈수록 커져 적자 보전에 따른 정부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과 통합 방안 등 개혁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서울청사 정문.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인구고령화와 퇴직자들의 퇴직 후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연금재정 고갈에다 지난 2000년 '비용부담 원칙'을 폐지한 것 등이 주된 이유다. 이 때문에 지난 2010년까지 약 7조원이 넘는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면서 공무원연금은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정부 예산으로 적자를 메우기 시작한 공무원연금에 대한 개혁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개혁론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2008년 관련법 개정을 통해 '더 내고 덜 받는'구조로 바뀌었지만 국고에서 보전해 주는 돈이 올해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지난해보다 1만2692명 증가한 34만8375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연금 재정이 갈수록 고갈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무원연금 개혁론은 과거에도 추진됐지만 공무원 사회의 조직적 저항과 반발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지금도 상황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과의 통합론 등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를 수평적으로 비교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재정건전성 확보와 공무원연금의 인사정책, 소득보장적 특성 등을 충분히 감안한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는 공무원 연금제도 및 운용 실태와 문제점, 해결 방안 등을 심층분석·진단하는 '공무원연금 이대론 안된다'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혈세 축내는 공무원연금,이대론 안된다] (1) 실태와 문제점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3년 공무원연금 급여수준을 일반 국민연금 수준에 맞추는 대대적 개혁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남는 예산은 저소득층 복지와 교육부문으로 돌렸다.

대만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 2004년 8.8%인 보험료율을 2007년까지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12.0%로 올렸다. 이처럼 대부분 국가에서는 공무원연금을 더 내기보다 덜 받는 방향으로 개혁을 진행 중이다.

세계적인 추세와는 반대로 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 개혁이 번번이 좌절되면서 '저부담 고급여' 구조가 고착화됐다. 이로 인해 재정적자가 갈수록 악화되고 재정적자를 지원하기 위한 국민 세금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적자 급증…국민혈세 부담 '눈덩이'

공무원연금은 1993년 처음으로 적자가 발생한 이후 1996년과 2002년을 제외하곤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높은 연금 급여수준에 비해 연금에 기여하는 부담금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이 구조를 개혁하지 못하면 공무원연금의 적자폭은 매년 커질 수밖에 없다

가령 33년을 재직한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소득대체율은 76%로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다. 이에 비해 부담금은 14%로 고정돼 있어 급여지출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소득대체율은 최종 보수에 대해 처음 받는 연금 월액의 비율이다. 공무원들이 낸 돈보다 받는 돈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공무원연금 적자가 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재정수지를 맞추기 위해 도입됐던 보험원리를 적용한 '비용부담원칙'이 2000년에 폐지된 것이 근본 원인이다. 이에 따른 책임을 전적으로 정부가 지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2009년 공무원법 개정 전 재정추계에 따르면 2014년 이후부터는 이 같은 정부보전금 규모가 대폭 늘어나 2020년에 13조8126억원, 2030년에는 32조4810억원 규모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적자 규모는 국가총생산(GDP)의 1.1%를 차지하는 것으로 정부 예산의 5%를 퇴직공무원 연금 지원에 쏟아붓는 꼴이다.

이는 공무원들이 재직중 낮은 보수에 대한 보상으로 부담률 인상 없이 연금급여를 지속적으로 인상한 탓이 크다. 게다가 사용자로서 정부가 민간사용자에 비해 적게 부담한 것도 한 몫했다.

가뜩이나 재정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부담만 커져 전체 국가재정에도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공무원연금은 급여수급 개시 시점에서 국민연금보다 2~3배나 높은 연금 격차가 발생하고 수급 후에는 이 격차가 더 벌어져 80세 무렵에는 4배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공무원 재직자 수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데 비해 연금수급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연금이 이들을 부양하는 비율은 2010년 27.1%에서 오는 2030년이면 62.2%, 2070년에는 무려 90.35%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공무원연금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국가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저금리 기조로 연금을 선택하는 비율이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적자 구조를 만성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퇴직자들이 연금을 선택하는 비율을 보면 이 같은 사실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1985년 공무원연금을 선택한 공무원 비율은 30.5%에 불과했다. 이후 연금 선택 비율이 계속 늘어나면서 2007년에는 93.5%까지 치솟으며 공무원 10명 중 9명 이상이 연금을 선택했다. 연금에 대한 메리트가 높아지고 인식이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연금기금을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한 것도 연금적자를 키운 또 다른 원인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연금기금 전용 적자 부채질

국회입법조사처 원시연 입법조사관은 "고용주인 정부가 예산으로 부담할 부분을 연금기금에서 지출하면서 연금적자를 부채질했다"고 지적했다. 퇴직수당, 사망조위금, 재해부조금 등을 1983년부터 1995년까지 연금기금에서 1조4425억원이나 부담했다.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6조532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이를 개선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최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대안과 정책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동안의 숱한 개혁 논의도 공무원사회의 저항과 반발 등으로 '용두사미'에 그친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과 비교해 공무원연금의 특혜성 시비가 이는 것은 당연하다. 김대중정부 시절 공무원 보수가 현실화되면서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공무원 간 생애소득이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여대 박정수 행정학과 교수는 "고용안정도를 고려한 '기대 재직 중 보수'를 따질 경우 공무원과 민간노동자의 재직 중 보수 격차는 더욱 좁혀지거나 오히려 역전됐다"며 "민관 간의 연금 형평성 문제를 생애소득균등화의 관점에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연금체계의 근본적인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연금정책과 공무원보수 정책은 생애보상체계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제도로 민간부문과 역전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의 경우 본인.고용자부담금의 1.4~2.4배를 연금으로 받지만 공무원 연금은 본인.국가부담금의 3.5~4배를 연금으로 받는다.

국민연금은 월 소득 18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소득이 높을수록 지급률은 낮아지고 고소득자일수록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아지지만 공무원연금은 이 같은 원리와는 무관하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제도의 격차로 인한 제도의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연금 재정의 악화에 따른 정부 보전금의 급증은 결국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특별취재팀 김태경 팀장 김영권 박신영 박소현 기자


fnSurvey